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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곶감을 만드는 방법 04(완)] 나의 첫 제품, 곶감
    2020/곶감을 만드는 방법 2020. 9. 8. 23:31

    1. 흥미가 떨어져서 일단 글은 여기까지 쓰기로 한다. 지금까지 배웠던 거나 느꼈던 거를 적어보도록 하겠다.

     

    2. 왜 흥미가 떨어졌을까? 아마 고객을 확보하지 못해서? 서비스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서? 자신감을 잃은 게 큰 것 같다. '과자 리뷰' 이게 사람들이 사이트에 들어올 만큼 충분한 효용을 제공하는가에 대해서 자신감을 잃었다. 사실 만들 때에야 일단 만들고 보자는 생각이어서 효용에 대해 별 생각 안 했지만. 역시 과자 리뷰라는 게 참으로 사소하다보니 효용에 대해 의심이 가긴 한다.

     게다가 사실 과자 리뷰가 효용을 주는가는 과자 리뷰를 쓸 사람이 있는가에 비하면 사소한 문제다. 나는 맛있거나 맛없는 과자를 먹고 나면 약간 공유하고 싶은 기분을 느끼기는 한다. 그런데 다른 사람도 그걸 느끼느냐, 또 진짜 여기까지 와서 글을 쓰고 싶을 만큼 느끼느냐 하는 게 확실하지 않다.

     

    3. 에타에 올려봤는데 고맙게도 많은 분들이 왔다 가셨다. 구글 애널리틱스로 보니 1,000 분 정도가 왔다 가신 듯. 그런데 리뷰를 쓰신 분은 아쉽게도 제로다. 다른 학우들이 볼까봐 부끄러운 마음이 있어서 안 쓰셨을 수도 있지만 아무튼 이건 아주 부정적인 통계다.

     과자 좋아하는 사람 대상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이긴 하지만 그래도 한 분도 리뷰를 안 적은 건 아주 부정적인 신호다.

     

    4. 디자인이 이상하다. 평소 디자인은 괜찮은데 반응형 디자인이 이상하다. 창 크기를 줄이거나 모바일에서 보면 글씨가 깨지거나 사진이 이상하게 늘려져 있다. 애초에 부트스트랩으로 만든 거라 어디부터 어디까지 고쳐야 하는 건지 모르겠고 참 난처하다.

     

    5. 아이콘은 모두 그림판이나 파워포인트 도형으로 그렸다. 처음에 아이스크림 아이콘을 만들 때는 크기 조절이 잘 안됐었다. 아이스크림을 풀샷으로 그렸더니 아이콘으로 보니 완전 작아서 그림이 알아보기 쉽지 않았다. 그래서 롤 아이콘을 살펴보니 거기 아이콘은 전부 바스트샷이나 클로즈업이더라. 그래서 나도 아이스크림을 바스트샷으로 그렸다. 그랬더니 그림이 다행히 잘 보이더라ㅎㅎ

    알아볼 수 있는 아이콘!

    6. 에타에서 한 귀인님이 과자사진과 댓글의 순서를 반대로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조언해주셨다. 과자가 무슨 과자인지 먼저 인지한 뒤에 댓글을 보는 게 순서에 맞으니까. 아주 예리한 통찰에 놀랐고 나는 정말 아직 한참 멀었구나 싶다. 내가 이걸 만들었을 때는 퍼블리 뉴스랑 페이스북에서 링크를 아래 놓길래, 그게 보기 좋아서 따라했던 거였다. 그때야 디자인에 자신 없어서 따라한 거긴 하지만 그래도 고객님 입장에서 UX를 생각했어야 했는데 그걸 안 했네.. 다음부터는 할 수 있도록 하자.

    + 마음같아서는 그분과 같이 작업해보고 싶었다. ㅋㅋ 그렇지만 당황스러워하실 테니까 패스..

     

    7. 원래는 배경이 흰색, 카드는 회색이었다. 그런데 그게 밋밋해서 퍼블리 뉴스랑 왓챠피디아 등 다른 서비스를 보니까 배경이 회색, 카드가 흰색이더라. 그래서 그렇게 바꿨더니 훨씬 입체적인 느낌이 들었다.

     

    8. 검색 기능 만드는 거 재밌었다. 과자 검색 기능 품질이 별로였다. 예를 들어 초코파이는 '초코파이'라고 검색해야지 '초코 파이'라고 검색하면 안 됐다. 이건 너무 심하다 싶어서 품질 개선에 돌입했다.

     만약 고객님이 띄어쓰기로 검색하면 그 각각의 단어를 검색하고, 나온 목록들의 교집합을 보여드리는 로직이다. 그러니까 '초코 파이'라고 검색하면 '초코'로 검색해서 나온 목록과 '파이'로 검색해서 나온 목록 중에 겹치는 것만 고객님께 보여드리는 거다. 이러면 고객님께 초코파이라는 검색 결과를 보여드릴 수 있다.

     대신에 이 로직도 한계는 있는데 포카칩 어니언맛을 '포카칩어니언맛'이라고 띄어쓰기 없이 검색하는 건 결과가 안 나온다. 과자 이름들을 띄어쓰기 없이 등록해놓으면 해결되지만 그러면 가독성이 너무 안 좋아서 그렇게는 안 했다.

     아무튼 검색 기능 만드는 데에 뭔가 집합처럼 학교에서 배운 수학 개념도 써보고 신선하고 진짜 공대생이 프로그래밍하는 느낌이었다. 학교에서 배우는 게 이렇게 중요한 데에 쓰이긴 하는구나 싶었다. 뭐 이번 로직 만드는 데에는 사실 별 지식이 필요 없기야 했지만 아무튼 느낌이 그랬다는 거다. 

     

    9. 혼자는 힘들다... 혼자 할 수는 있다. 그런데 그러면 최선을 다할 수 없는 느낌이다. 예를 들어 내가 기획자라면 온종일 기획에 대해서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개발도 하고 기획도 하고 마케팅도 하려니까 둘 다를 생각하기가 힘들다. 그냥 지금 당장 하고 있는 거에 대해서만 생각하려 하게 된다.

     한창 개발중일 때, 기획이나 마케팅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냥 접어뒀다. 그런거 생각하다가 개발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면 지금 곤란하거든. 이런 습관 들면 진짜 문제다. 아이디어님이 얼마나 귀하신데 그걸 내쫓느냐. 그렇지만 개발 중인 내가 다른 일을 탐하려하면 곤란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아무튼 혼자 하면 집중하기 힘들다는 거다. 제품의 퀄이 떨어진다는 거다. 정말 꼭 같이 하는 게 좋다.

     

    10. 처음에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릴 때에는 사람이 많이 보면 장땡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좀 뒤에는 전환율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우리 사이트에 사람이 오는 게 내 목적이니까. 그래서 인스타보다는 네이버 블로그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스타는 모바일인데 우리 웹은 모바일로 보면 아주 엉망이걸랑. 결국 PC유저를 끌어들여야 하고, 그러려면 SNS보다는 네이버 블로그가 더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결국 글을 안 올리고 있지만... 

     

    11. 예전에 하던 슬기로운 외대생활도 그렇고 이것도 그렇고 이렇게 금방 포기해버릴 건가? 혼자 해서 그런가? 제작할 때까지는 어떻게든 의구심을 무시하고 만들 수 있는데 다 만들고 나면 의심이 폭발한다. 이게 사람들한테 필요한 게 맞나 하는 느낌이 막 온다.

     내가 토스를 만드는 중이라면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걸 만드는 중이라고 느꼈을까? 컬리라면? 배민이라면? 쿠팡이라면? (이커머스에 대한 확신이야 있겠지만, 지금 이렇게 대폭투자하는 것에 대해 확신했을까?) 다른 제품들 챌린저스? 오늘회? 와이즐리? 클라썸? 클래스101?

     글쎄.. 잘 모르겠다. 그렇게 성공적인 제품들인데도 나는 내가 만들었다면 사람들에게 필요한 걸 만드는 중이라고 느꼈을지 잘 모르겠다.

     그러니 나도 좀 용기를 내봐도 되지 않을까? 의심은 당연한 거니까.

     

    12. 방학 동안 이거 만든 거 말고는 한 일이 없다. 정말 없다. 그리고 이거는 장고 좀만 할 줄 알면 만들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다. 그래서 내가 한 일이 정말 별거 아닌 것 같다. 사실 진짜로 별거는 아니긴 하다. 아직 아무한테도 효용을 못 줬으니까.

     그래도 내가 처음으로 제품을 만들어본 거 아닌가. 이전에는 제품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걸 못 만들었는데 말이다. 그러니 좀 더 자부심을 가져라...고 말은 해도 가지기는 힘들다. 아무튼 시간 낭비 한 건 아니다.

     

    13. 아까 마트에서 크리스피 와플이랑 카스타드를 사왔다. 맛있었다. 맛있는 과자를 먹으니까 곶감에 대한 애정이 조금은 되살아나는 것 같다. 항상 과자를 먹고 있어야 하는 걸까...!

     

    14. 나는 디자인은 잘 못하므로 아이콘에 스토리를 입히려고 했다. 이야기가 들어가면 못생긴 것도 귀여워보이니까. 

     

    15. 앞으로 곶감을 어떻게 할지, 곶감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결과적으로 해피엔딩이 생기면 좋겠다. 아 그게 아니라 내가 만들어가야 하는 건가. 

     

    + 곶감이 첫 제품이라고 하면 슬기로운 외대생활이 섭섭하겠다.. 아무리 금방 포기했다고 해도 그렇지. 그렇지만 슬외는 제품이라고 하기에는 완성도가 부족했고 블로그 수준이었다. 반면 곶감은 코딩으로 한땀 한땀 만들었고 기능도 제법 갖춰져있기에 첫 제품이라고 해도 될 듯. (++믹스테이프는 대중을 위한 게 아니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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